최진영 작가의 '끝나지 않는 노래'는 2011년에 출간된 책으로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최근 '구의 증명'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였기에 과거 작품을 찾다가 읽게 되었다. 책은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삼대에 걸친 엄마들의 모습을 주 이야기로 삼고 있다.
끝나지 않는 노래-최진영
1.줄거리
두자는 1927년 두릉골에서 태어났다. 엄마를 여윈 두자는 어려서부터 집안의 모든일을 도맡아 하며살았다. 남동생이 있었지만 모든일은 오로지 두자의 몫이었다.
두자는 주걱 잡는 힘이 생기면서부터 집안일을 했다. 손이 좀 더 커지자 싸리비도 잡고 호미도 잡았다. 할머니는 처음부터 손녀들을 남의 집 사람 취급했다. 결국 남의 집 년 될 것들이 집안 양식만 축낸다며 아침저녁으로 구박이었다. 하지만 산나물과 버섯을 캐고, 감자를 심고, 옥수수를 뽑고 보리를 터는 건 늘 손녀들이었다. 아버지와 남동생은 그들이 캐 오는 나물과 감자로 배를 불렸다. - < 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지음 > 중에서
그러던 중 남동생이 17세에 일본군에 징집되었다가 주검이되어 돌아오고 두자는 태철과 결혼을 한다. 그러다 전쟁이 터지고 전쟁에 나갔던 태철은 임신한 둘째 부인을 데리고 집으로 온다. 아들 만석까지 잃고 외도를 한 남편을 보며 힘겹게 살던 두자는 그만 집을 뛰쳐나와 공장에 취직한다.
그곳에서 쌍둥이 수선과 봉선을 낳아 기르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더이상 공장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공장장 부인의 소개로 두자는 씨받이 명목으로 창락골에 들어가 생활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둘째부인에게 사기를 당한 태철이 두자를 찾아와 일을 망쳐놓는 바람에 쫓겨나게 나게 되고 두자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태철이 구해준다.
몸이 발발 떨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한 손엔 괭이를, 다른 손엔 잡초 한 움큼을 쥐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왜 손에 쥐었는지도 알 수 없는 물건이었다. 목이 콱 메었다..(중략)...두자의 삶을 통째로 뒤흔든 전쟁이 멈춘 후에도, 두자의 인생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세간처럼 세상의 발에 함부로 채이며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 < 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지음 > 중에서
수선과 봉선이 중학교를 마친 후 일찌감치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기 시작했고 그 돈은 고스란히 생활비와 남동생의 학비로 쓰였다. 이런 삶에 불만을 품은 봉선은 집을 나가고 수선은 엄마의 소개를 받고 결혼을 한다.
그렇게 잘사는 줄 알았으나 봉선은 아들 동하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수선도 이혼한 후 딸 은하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봉선과 수선은 함께 살며 동하와 은하를 키우며 살아간다.
어느덧 성인이 된 동하는 군대에 가고 대학생이 된 은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데 갑자기 고시원에 화재가 발생하고 은하는 죽음 직전까지 가게 된다.
사랑했던, 부끄러워했던, 미워하거나 그리워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가슴이 벅차. 마루에 앉아 무청을 손질하다 깜빡 조는 할머니. 언성을 높이며 싸우다가도 사춘기 소녀처럼 요란하게 웃어대는 엄마들. 미안해, 동하야. 미안해. 동그란 밥상에 둘러앉아 따뜻한 밥을 먹는다. 파란 김. 열무김치. 참나물. 시래기된장국. 빨갛게 무친 도라지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들빼기김치. 시원한 물 한 대접을 들이켜자, 몸 곳곳에 숨어 있던 수많은 새싹이 기지개를 켠다. 하얀 눈이 내린다. 금세 꽃이 피고, 매미가 운다. 하룻밤 사이 노랗게 멍든 바닥. 귀뚜라미 우는 소리. 늘 다른 표정으로 지는 노을. 잊지 않고 돌아오는 고마운 계절.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이 노래. 사랑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야 했던, - < 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지음 > 중에서
끝나지 않는 노래-최진영
2.느낀점
최진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끝나지 않는 노래'는 1927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지는 삼대에 걸친 여인들의 삶을 그린 책이다. 그 안에서 남성들과는 다르게 차별받는 여인들의 삶을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히 차별만을 그린 것은 아니고, 삼대에 걸친 여인들의 삶을 통해 과거나 지금이나 여인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 특히 엄마가 된 여인들의 삶에 집중을 하는데 그래서인지 자식이 등장하면 이름으로 불리던 여인들은 곧 엄마라고 불려지게 된다.
살기 어려워지자 전쟁 후와 비슷한 이유로, 사회는 다시금 강한 어머니와 현모양처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은 억누르고 자식과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쏟아졌다. 전통적인 어머니상과는 먼, 수다스럽고 욕심 많고 억척스럽고 무식한 엄마들에겐 ‘아줌마’라는 이름을 덧씌우고 무시하며 욕했다. 사회가 원하는 건 아줌마가 아닌, 오직 헌신과 희생밖에 모르는 엄마였다. ‘보리밥이 더 맛있다’고 말하던 엄마는 ‘자장면은 싫다’고 말하는 엄마로 바뀌었다. 아름다운 엄마란, 나눠 먹는 방법을 가르치는 엄마가 아니라 오직 내 자식에게만 모든 것을 먹이는 엄마였다 - < 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지음 > 중에서
사회는 항상 여인들의 희생을 강요하지만 결국엔 그 희생을 딛고 일어선 사회는 여인들을 무시하고 무조건 여인들이 잘못했다고만하는 사회풍조를 비판한다. 그리고 힘들어지면 다시 여인들에 희생을 강조하는 반복을 소설을 말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거짓말로 여자들을 농락한 박인수를 비난하기보다, 그와 잠자리를 가진 일흔 명의 여자들을 더 비난했다. 여자들의 정조 관념이 똥통에 빠졌다는 거였다. 정조를 지켜야 하는 건 여자뿐이었고, 남자들은 제 성기만 잘 지켜 집안 대만 안 끊어놓으면 그만이었으니까. - < 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지음 > 중에서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그럼 지금은 좋아졌는가? 여전히 엄마라는 이름으로 치루어야 할 희생이 더 많지 않은가? 1920년대 통용되었던 엄마에 대한 미덕이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는 않은가?
어느 시대든지 엄마도 행복을 느끼고 싶은 한명의 사람일뿐이고, 꿈을 가진 소녀였고, 사랑을 할 줄 아는 한 여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엄마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참았지만 그것이 꼭 좋아서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소설은 말하려 하고 있는 듯하다.
책을 읽는 내내 젊은 시절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르던 소설이었다. 엄마는 그때 행복했을까? 지금 엄마는 행복할까? 무언가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좋은 책이다.
엄마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언제나 ‘행복하다’는 말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 < 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지음 > 중에서
끝나지 않는 노래-최진영
3.책소개
1)작가소개
'끝나지 않는 노래'의 최진영 작가는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가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구의 증명', '단 한사람' 등 다양한 작품을 집필했다.
제 15회 한겨례문학상에 당선된 바 있으며 이후에도 다양한 입상경험을 가지고 있다. 현실의 문제를 과감하게, 현실성있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장기라고 할 수 있겠다.
2)끝나지 않는 노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후 두 번째 장편소설인 '끝나지 않는 노래'는 일제강점기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간동안의 삼대에 걸친 여인들의 삶을 보여주고있다. 그 여인들의 삶을 통해서 과거나 현재나 엄마라는 이름으로 희생되고 있는 여인들의 삶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