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변변한 직장도 얻지 못한 채 스물아홉 생일을 맞은 하야마 아마리는 홀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마저도 겁을 내며 실천하지 못한다. 끝없이 자신의 모습을 좌절하며 지켜보던 아마리는 우연히 켠 텔레비젼에서 라스베이거스의 활려한 모습을 본다.
그 장면을 보던 아마리는 1년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화려하게 일주일을 보낸 후 자살하겠다는 결심하며 1년짜리 시한부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라이스베이거스의 일주일 삶에 대한 목표가 생긴 아마리는 이때부터 직장을 새롭게 구하며 돈을 모으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결심한 아마리는 유흥가에서 호스티스로 일하기 시작한다. 낯에는 계약직 사원으로 밤에는 호스티스로 일하면서 오로지 라스베이거스라는 목표를 두고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마리는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한다.
이윽고 1년의 시간이 지나고 아마리는 목표한 라스베이거스에 입성한다. 그리고 그동안 모았던 돈을 쓰고 카드게임을 하면서 그토록 바랬던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생활을 즐긴다. 그리고 결심한대로 자살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끝낸다.
그러나 자살하려던 순간 자신의 삶의 변화를 느끼게 되고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로 삼게 된다. 그리고 천금같은 오늘을 즐기며 1년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다.
밑줄들
그때였다. 갑자기 화면이 확 바뀌더니 뭔가 반짝이는 빛이 내 안으로 확 빨려 들어왔다. 화면 속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화려하고 눈부신 빛의 축제, 웃음이 끊이지 않고 세상의 모든 행복이 다 들어 있는 듯한 세계, 그곳은 바로 라스베이거스였다. 언제나 볼 수 있는 흔해 빠진 여행 프로그램이었지만, 화면 속 라스베이거스는 이상하리만치 전율로 다가왔다. 나는 화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그것은 난생처음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간절한 느낌, 가슴 떨리는 설렘이었다. 갑자기 내 속에서 너무도 낯선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좋다, 단 한 번이라도 저 꿈같은 세상에서 손톱만큼의 미련도 남김없이 남은 생을 호화롭게 살아 보고 싶다. 단 하루라도!(pp.43-44)
목표가 생기자 계획이 만들어지고, 계획을 현실화시키려다 보니 전에 없던 용기가 나오기 시작했다....생각은 생각일 뿐이고 몽상은 그저 몽상일 뿐이었는데, 그런 내가 최초로 몸을 움직였다. 발가락부터 조금씩 움직여 본 것이다. 그러자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다시 불을 켜고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 앞으로 1년 뒤, 인생의 정점까지 가는 동안 나의 신조처럼 지키고 싶은 한마디를 적었다. ‘기적을 바란다면 발가락부터 움직여 보자. (pp.61-62)
하지만 치카는 그렇지 않다. 늘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그녀의 힘은 연극이라는 인생의 목적과 호스티스라는 수단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에서 나오고 있다. 바닷가의 아름다운 음악 카페를 꿈꾸는 레이나의 힘 역시 마찬가지다. ‘자기 무대’를 가진 사람 특유의 자신감과 지속적인 당당함,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없다. 외톨이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됐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무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외톨이인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에 가겠다는 집념은 변함없지만, 솔직히 그들이 너무 부럽다.(pp. 85-86)
뭐든 그렇겠지만 일류니 고급이니 하는 말은 늘 조심해야 해. 본질을 꿰뚫기가 어려워지거든. 출세니 성공이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잣대를 갖는 거라고 생각해. 세상은 온통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여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기만의 눈과 잣대만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비로소 ‘자기 인생’을 살 수 있을 거야. 그게 살아가는 즐거움 아닐까?”(p.122)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잖아. 가슴속에 아주 분명한 무언가를 품고 있으면 반드시 표시가 나게 돼 있어. 사람들은 그런 힘에 마음이 끌리거든.” 그러면서 마담은 내 손을 꽉 쥐며 “힘차게 살아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클럽이라는 직장을 버린 대신 ‘인생의 언니’를 얻게 되었음을 깨달았다....1년 동안 나를 목표 지점까지 갈 수 있게 해준 모든 수단들과 작별한 뒤, 나는 다시 벌거벗은 기분으로 세상 앞에 섰다. 아직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길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pp.229-231)
인생에서의 마법은 ‘끝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몸으로 깨달았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 나는 ‘끝’을 의식하지 못했고, 그래서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기만 했었다...(중략)...나는 단 6일을 위해 1년을 살았고, 삶을 끝내기 위해 6일을 불태웠다. 그 끄트머리에서 ‘20대의 나’는 죽고 30대의 내가 다시 살아났다. 이제부터 맞이하게 될 수많은 ‘오늘들’은 나에게 늘 선물과도 같을 것이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내일’이란 말을 쓰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의 인생은 천금 같은 오늘의 연속일 테니까. (p.234)
느낀점
'스물아홉 생일 1년후 죽기로 결심했다.'를 처음에는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서 읽었다. 1년후의 죽음을 미리 정한다는 식의 제목이 궁금증을 유발했고, 책을 읽게 만들었다. 책은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라고 했는데 사실 읽으면서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만큼 극적인 요소가 많이 있었고, 책을 읽는동안 한편의 드라마를 읽는듯한 기분으로 읽어 내려갔었다. 특히 책으로 읽은 다음에 한 구독서비스에서 오디오북으로 다시 들었었는데 그 감동이 더욱 더 넘쳤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29에서 30세로 넘어가는 순간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나이대이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마음과 말들에 큰 공감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인생의 마지막을 정해놓고 하나씩 이루어가면서 결국에는 인생이 바뀐 주인공을 보면서 정말 죽기로 마음먹고 뛰어드는 자는 당해낼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된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끝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기적이 일어나듯 사실상 오늘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그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할까 생각을 한다. 결국 사람은 더 있다고 생각하고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을 소홀히 여긴다.
책속의 주인공도 이전에는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또 기회가 있겠지..사귀던 사람과 당연히 결혼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당연함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을 때 모든 것을 잃고 좌절했던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내생명도 내가진것도 그 무엇도..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특히 가장 많이 사랑해야 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자기 자신인 것이다. 이것을 깨달았을 때 오늘 하루는 신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되는 것이다.
그 어떤 책보다도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에세이지만 소설처럼 읽을 수 있고 드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펴자마자 읽게 된다. 정말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