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자들(피터 스완슨) - 살인자의 자기합리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피터 스완슨이 집필한 책이다. 피터스완슨이라는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읽은 책이라 기대반 우려반으로 읽었다. 과거에 많이 등장했던 스릴러물의 분위기와 매우 흡사했다. 

죽여 마땅한 자들 책표지


줄거리

테드와 릴리는 한 공항 라운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다. 비행기 연착으로 시간이 남았던 두 사람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대화를 나누던 중 테드는 자신의 아내가 외도를 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아내를 죽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듣던 릴리는 테드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아내를 살해하는 일을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농담으로 알았던 테드지만 이후 그 말이 진실임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테드의 아내를 살해할 계획을 짠다. 

하지만 계획을 실행하기도 전에 테드의 아내 미란다의 계략에 넘어간 외도 상대 브래드가 테드를 살해한다. 릴리는 이 소식을 접하고 홀로 미란다의 살인 계획을 짜는데 미란다가 자신의 옛 남자친구와 바람을 폈던 대학 선배임을 알게 된다. 

이후 브래드에게 접근하여 미란다를 살해하고 뒤이어 브래드를 살해하는데 성공한 릴리. 뒤처리를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한 순간 테드의 사망사건을 이상하게 생각하던 킴볼이 릴리를 뒤쫓기 시작한다. 

이 사실을 눈치 챈 릴리는 킴볼을 유인하여 살해하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킴볼은 살해위협에서 벗어나고 릴리는 체포된다. 

밑줄들

"좋아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잠시 생각했다. “솔직히 난 살인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게다가 당신 부인은 죽여 마땅한 사람 같은데요.” -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지음 / 노진선 옮김 > 중에서

나는 진토닉을 한 잔 더 주문하고 살인에 대해 이 여자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 맞는 말이었다.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게 왜 그리 끔찍한 일로 간주되는 걸까? 금세 새로운 세대가 세상을 차지할 테고,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죽을 것이다. 몇몇은 끔찍하게, 몇몇은 평온하게. 살인을 죄악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겨진 사람들 때문이다. 죽은 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하지만 만약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었다면? -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지음 / 노진선 옮김 > 중에서

사람들은 생명이 존엄하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이 세상에는 생명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 누군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미란다처럼 자신을 향한 상대의 사랑을 남용한다면 그 사람은 죽여 마땅해요. 너무 극단적인 처벌처럼 들리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모든 사람의 삶은 다 충만해요 -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지음 / 노진선 옮김 > 중에서

우리 옆집의 오래된 바드웰 농가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헤지펀드 매니저에게 팔렸지 뭐냐. 그곳을 평평하게 골라서 방이 쉰일곱 개쯤 되는 싸구려 호텔을 짓겠다더라. 벌써 불도저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네가 농장 옆의 작은 초원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기 때문에 이 소식을 전한다 -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지음 / 노진선 옮김 > 중에서

독후감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많은 독자들에게 극찬을 받은 소설책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읽으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미국 추리 소설물들이 자꾸 생각나서 좀 구시대적인 소설이 아닌가 생각했다. 

소설의 내용의 본질은 '사적복수'이다. 최근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공권력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적 복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특히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렉카들도 이런 류의 사적복수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릴리의 살인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처음에는 릴리가 테드의 이야기를 듣고 살인에 동참하는 부분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너무 오지랖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미란다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어느정도는 이해가 갔다. 

그리고 최근에 뉴스에서 보도되는 데이트 폭력, 살해나 묻지마 살인같은 것을 소설에 대입해 본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사건간 연결이 좀 부족한 것 같았다. 

이야기의 전개도 조금은 지루했다. 흡입력이 있기 보다는 그냥 쉽게 읽히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열린 결말은 마음에 들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나름 재미는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사랑한다는 아빠의 말은 어떤 뜻일까? 혹시 아빠는 이미 우물 속 시체를 발견하고 먼저 손을 쓴 건 아닐까? 아빠가 미국으로 돌아온 직후 갈퀴로 낙엽을 긁어야겠다고 말한 대목, 한밤중에 소리 지르며 깨어났다는 대목은 그냥 우연일까? 아니면 우물 속 시체를 발견하고 그런 것일까? 또 남의 일에 지극히 무관심하던 엄마는 왜 갑자기 환경주의자가 됐을까? 엄마도 뭔가를 알고 공사를 반대한 건 아닐까? 평생 자식을 방치해온 부모가 마지막으로 자식에게 속죄하려 했을까? 물론 이것은 과장된 해석일 수 있다 -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지음 / 노진선 옮김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