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호랑이 산 아래 자리잡고 있는 호랑이 마을에 호랑이 사냥꾼인 황포수와 용이 부자가 찾아온다. 이들은 백호에게 빼앗긴 아내이자 엄마의 복수를 하기 위해 호랑이 마을로 왔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렇지만 촌장과 그의 손녀 순이는 이들에게 밥을 제공하며 친절을 베푼다. 그러는 동안 용이와 순이 그리고 훌쩍이라는 또다른 소년 이렇게 셋은 친하게 지내게 된다. 용이는 어여쁜 순이를 마음에 두었고 순이도 용이를 마음에 들어한다.
이윽고 호랑이 산에 갈 때가 되었다. 황포수와 용이는 호랑이 산에 가서 마을의 골칫거리인 육발 호랑이를 잡아온다. 이를두고 마을에서는 두 사람에 대한 마음을 활짝 열지만 얼마후 마을에 일어난 사건 때문에 황포수와 용이는 마을에서 추방된다.
그리고 7년이 지났을 때 가즈오라는 일본장교는 일본군들을 이끌고 호랑이마을로 들어온다. 가즈오가 이끄는 일본군과 마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돕고 나누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고 일본에서 조선인 여자 인력 동원명령서가 전달되고 가즈오는 호랑이 마을에서 순이가 그 대상임을 확인한다. 호랑이마을에서 지내면서 순이를 짝사랑하게 되었던 가즈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깊은 고민에 빠져있던 어느날 일본군이 호랑이마을로 왔고 곧 순이를 잡아간다. 이 과정에서 훌쩍이가 죽고만다. 그리고 얼마후 청년이 된 용이는 마을로 돌아와 훌쩍이의 복수와 함께 잡혀간 순이를 잡아올 계획을 짠다.
한편 가즈오 역시 순이를 빼돌릴 계획을 짠다. 용이는 홀로 일본군 진영을 공격했고 순이를 되찾아 호랑이산 움막으로 피신한다. 그렇지만 수백명에 달하는 일본군이 호랑이산을 애워싼다. 순이를 구하려던 가즈오도 죽고, 용이는 다리 한짝을 잃은 채 산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순이는 일본군에게 잡혀간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어느날 순이는 고국으로 돌아온다. 이미 아무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호랑이 마을에서 옛일을 되새기던 그때 용이가 남겨둔 작은 나무조각을 발견하고 그리움에 눈물을 흘린다.
밑줄들
자네가 호랑이 산에서 백호를 찾든 못 찾든 한 가지는 꼭 기억했으면 하네. 호랑이들은 우리가 이곳에 마을을 만들고 정착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이 산에서 살고 있었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생각해 보게나. 사람에게 해가 된다고, 혹은 조금 불편하다고, 혹은 조금 이득이 생긴다고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면 세상이 어찌 되겠는가? 설령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일지라도 말일세.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네. 짐승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과도 더불어 살 수 없는 법이야.” - <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 차인표 지음 / 제딧 그림 > 중에서
가즈오는 군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조국 대일본제국이 이런 야만적이고 천인공노할 일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습니다.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징집. 이것은 국가가 할 짓이 아닙니다. 군대가 할 짓도 아닙니다. 국가와 국가 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전투 중에 군인들끼리 서로 총을 겨누는 것과 죄 없는 어린 처녀들을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징집해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하나는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범죄입니다. - <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 차인표 지음 / 제딧 그림 > 중에서
다케모노가 권총을 들어 훌쩍이를 겨눕니다. 훌쩍이는 어쩌면 그 권총이 곧 발사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훌쩍이는 단지 훌쩍거릴 뿐이지, 바보가 아닙니다. 훌쩍이는 또 알고 있습니다. 강도처럼 남의 집 대문을 부수고 들어와 식구들이 먹어야 할 밥을 빼앗고, 어린 딸내미까지 데려가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무섭더라도 누군가 나서서 바른말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비록 바른말을 한 대가가 크더라도 말입니다. - <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 차인표 지음 / 제딧 그림 > 중에서
쑤니 할머니가 말없이 나무 조각을 받아 듭니다. 오래된 나무 조각은 아이를 업은 그 옛날 어린 순이의 모습입니다. 나무 조각 뒷면에 작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따뜻하다, 엄마별. ‘용이야…….’ 쑤니 할머니는 그제야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나무 조각을 천천히 품에 끌어안습니다. - <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 차인표 지음 / 제딧 그림 > 중에서
용서는 용서를 구하는 대상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대신, 세월이 빨리 흘러 할머니들이 모두 없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역사의 산 증인이 모두 없어져서, 누구도 다시는 이 이야기를 들춰내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 차인표 지음 / 제딧 그림 > 중에서
독후감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영국의 명문대 옥스퍼드 대학교의 필수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놀라운 일이었다. 뉴스에서 본 후 책에 대한 궁금증이 더 폭발 했었다.
책을 읽는 내내 한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이러한 시사성 있는 책들은 대부분 어둡거나 비판적인 분위기일 수 있는데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그렇다기 보다는 애틋했고 그래서 안쓰러웠다.
특히 용이와 순이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보는 내내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렇다 보니 일본군이 순이를 잡아갈 때 그리고 용이가 산으로 떨어지고 순이가 잡혀갈 때 그 쓰라림이 배나 되었던 것 같다.
또한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필체가 저자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생각과 성품이 그대로 책에 나타난 듯 하다. 평소에 차인표씨의 선행을 알아온 터라 더 친숙하게 여겨진 것 같다.
그리고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심각하지도 않았다. 용이가 잡혀간 순이를 찾아가는 이야기에서는 진짜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듯하게 몰입하게 되었고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라갔다. 그리고 순이가 70년후에 용이의 소식을 듣게 되는 장면에서는 아련한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몇년만에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최근에 일부 사람들이 위안부에 대한 막말을 하고 있다. 소녀상을 철거하자며 엽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까지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에게 이 책을 읽혔으면 싶다.
일본군 위안부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싶었던 한 소녀의 평범함을 어떻게 짓밟았는지 그러한 짓을 저지르고도 사과할 줄 모르는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역겨운지를 좀 배웠으면 좋겠다.
또 교과서에 실려서 많은 이들이 위안부 문제를 과거에 있었던 슬픈 이야기로만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중인 범죄 행위라는 것을 미래세대들이 알게 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가을에 문턱에 들어선 지금 읽으면 참 좋은 책이다. 그리고 책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게되었던 뜻깊은 책이기도 하다. 좋은 책이다.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 저는 우리 할머니들에게 몹쓸 짓을 한 파렴치한 사람들의 범죄를 널리 알려, 죄인들을 응징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할머니들이 그들을 용서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싶어진 것입니다. “그래, 용서할게. 앞으로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그런 짓을 하지 말거라.” 할머니들이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