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처음 접하는 책이지만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았다. 최신판의 표지는 이상한 동물이 있어서 그전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우리가 쫓는 행복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줄거리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사람들이 정해놓은 객관적인 행복을 쫓느라 나를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진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세상 기준에 염증을 느낀 이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이 책에서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행복을 따르는 것은 결국 얻지 못하는 신기루같은 행복을 추구하다 지칠 뿐이라고 말한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인정하기 전에, 거기에 적응해서 진짜 나를 잊어버리기 전에,
그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라고 말한다. 특히 그 기준에 맞춰 나 자신을 바라보고 부정적이 된 나와 거리를 두라고 말한다. 책은 이렇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전한다. 특이한 점은 종교를 통해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는 점이다.
밑줄들
지금과 같은 생활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달라지지 못하는 것이다. 인생의 기본은 소박한 의식주의 확보로 충분하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은 죽지만 않으면 사는 것쯤은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 <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은이), 김욱 (옮긴이) > 중에서
소문의 밑바닥에는 그 사람의 불행을 바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의 불행한 가정사나, 그가 숨기고 싶어하는 내면의 어둠을 소문으로 끄집어내 그를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싶다는 사악한 욕망의 표출이다. - <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은이), 김욱 (옮긴이) > 중에서
나보다 더 가진 사람이라서, 나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들 앞에 서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처한 현실에 자신이 없어서다.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 세상 모든 것들 위에 군림하는 신의 존재를 의식해야 한다. 오직 신 앞에서 만인은 평등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 없이는 이유도 모른 채 ‘높은 사람’을 우러러 받들거나 그에게 아첨하며 스스로를 폄하시킨다. - <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은이), 김욱 (옮긴이) > 중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일수록 유명인과 친하다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침묵으로 지켜냈을 때 친밀한 관계에 신뢰가 더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맥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거나, 권력 확장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자기보다 내가 아는 누군가를 더 내세운다. 이런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인맥이 형성될 리 없다. 인맥이라는 것은 인맥을 이용하지 않았을 때 만들어지는 특성이 있다 - <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은이), 김욱 (옮긴이) > 중에서
느낀점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순전히 책표지 느낌이 특이해서 읽은 책이다. 이러한 동기로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수영장을 유유히 걷는 여자의 모습을 통해 저자는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일까? 궁금해져서 읽은 책이다.
책은 나자신을 찾는 법에 대한 내용인 것 같았다. 삶을 살다보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남들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특히 요즘같이 SNS가 발달된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조그마한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SNS바다에 펼쳐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보다보면 보면 나만 이모양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런 생각이 심해지면 그 세상에 나를 맞추기 위해 억지 행복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그러다가 나를 잃고 진짜 행복을 잃게 된다. 저자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과 나를 좀 멀리 떨어뜨리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세상의 기준에 물들어진 '나'라면 그런 '나'와도 약간의 거리를 두자고 말한다. 이렇게 해서 온전히 내가 내 자신으로 있는 것. 이것이 곧 진짜 행복을 찾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게 종교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 때문에 많은 독자들에게 욕을 좀 먹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저자 자신이 오랜시간 고난을 겪은 부분을 감안해 보면 인간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을 종교라는 하나의 의지 도구를 사용해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 것 같아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요즘 유행하는 말중에 '메타인지'라는 말이 있다.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이점을 이야기하는 듯 보인다.
옛날 어느 광고 카피중 '나는 나다'라는 게 있었는데 이런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진짜 행복이 아닐지..여러모로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