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 가려져 잘알려지지 않았었다. 일제강점기를 시작으로 6.25 이후까지의 서사시를 담은 '작은 땅의 야수들'. 이번에 읽어보았다.
그러나 성장할수록 옥희는 기생으로서 많은 인기를 얻게되고, 성공한 배우가 되기도 한다. 한편 사냥꾼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를 잃은 정호는 노숙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거리에서 공연하는 옥희를 보게되고 한눈에 반해버린다.
줄거리
일제강점기. 가난한 소작농의 딸이었던 옥희는 단이 이모라는 사람을 따라가 기생이 된다. 어린옥희는 그닥 주목받지 못한 외모였고, 그 역시도 기생으로서 자신에 대한 많은 의문을 갖는다.
옥희는 아직 어렸지만, 남자들이 이 집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채기란 쉬웠다. 그들의 동기는 단순했다.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것. 옥희가 잘 이해할 수 없는 건 여자들이었다. 남자들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면서, 여자들은 자신 또한 살아 있음을 느낀 적이 있을까?-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중에서
그 후 정호는 옥희가 어려움에 빠져있을 때마다 그녀를 위기에서 도와준다. 하지만 옥희는 한철이라는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 옥희와 이어질 수 없었던 정호는 옥희 앞에 당당한 남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중 공산주의자 명호를 만나고 당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옥희와 정호는 전혀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전쟁을 거치면서 옥희 삶에는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기생으로서는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되고, 의지하던 단이 이모는 사망한다. 그리고 곁에 있었던 동료들도 하나 둘 그녀를 떠나 홀로남게 된다.
옥희는 오래전 자신의 산골 마을에서 보내던 밤들을 떠올렸다. 칠흑 같은 어둠은 굶주린 동물들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진동했고, 눈 내린 다음 날 아침이면 초가집 둘레를 포위하듯 어슬렁거리다 돌아간 그들의 발자국도 자주 보았다. 그러나 야수들은 결코 옥희를 두렵게 한 적이 없었다. 정말로 야만적이고 짐승 같은 행동으로 그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건 언제나 인간들이었다.-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중에서
그러던 어느날 당원활동을 했었던 정호가 재판에 넘겨져 사형선고를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필사적으로 그를 돕고 싶었지만 결국 정호를 구하지 못한채 옥희는 큰 슬픔에 빠진다.
정호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옥희는 모든 것을 훌훌 털고싶은 마음에 제주도로 향하고 그곳에서 해녀일을 배우며 마지막 남겨진 삶을 살아간다.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중에서
개인평점: 4 / 5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 이라는 책은 작년 초에 알게 되었는데 읽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읽기 시작했다.
2024년도에는 한국문학에 쾌거가 몇개 있었다. 한 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수상. 차인표씨의 '언젠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이라는 책이 옥스퍼드대학교의 교과서로 쓰였다는 소식, 그리고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이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 등 말이다.
그래서 자부심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을 시작으로 1960년대 후반까지의 긴 역사속에서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꿈, 좌절, 사랑, 삶 등을 다룬 책이다.
긴 역사의 이야기를 다룬만큼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으로 출판되었다. 옥희, 정호, 한철, 연화, 월향 그리고 단이이모, 명호, 성수, 야마다등의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섥히면서 그 시절의 아픔들을 생생한 장면들로 보여준다.
그렇지만 책은 주로 일제강점기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렇다고 해서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면만을 다루는 것도 아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아프다'보다는 '애틋하다'라는 단어가 많이 떠올랐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같은 암흑기에도 젊은이들은 꿈을 품었고, 사랑했고, 방황했으며, 결국 살아냈다. 라는 점을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특히 끝까지 살아남은 옥희에게 정호가 했던 이야기가 본책의 주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 때마다 나는 알아채. 그냥 죽음이 나를 데려가도록 내버려 두면 더 쉽고 덜 고통스러우리라는 거. 나 따위가 오래 잘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그리고, 마지막 순간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정호의 물음에 옥희는 겁에 질린 채 고개를 저었다.“그 죽음에 굴복하거나, 아니면 거부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명확한 기회가 주어져. 난 매번 거부했지.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죽어야 할 이유가 많을수록, 그렇게 포기하고 싶어지지가 않더라.” 정호가 말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그 누구도 내 빈자리를 그리워하지 않더라도, 그래도 사는 게 죽는 것보다는 여전히 나은 거야.” -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저/박소현 역 > 중에서
김주혜 작가는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존엄과 희망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우리 선조들은 그렇게 급박한 상황에서도 정의, 용기, 충실함, 신의, 사랑, 우정, 이런 거 안 잊고, 국가를 설립했습니다. 지금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분명히 이런 세상에서도 의미 있게, 용기 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라 여겨진다. 이런점에서 김주혜 작가의 '작은 야수들의 땅'은 현대인들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소개
'작은 야수들의 땅'의 김주혜 작가는 서울에서 출생 이후 8세때 과테말라로 이민했다. 이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청소년기를 보내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과테말라로 다시 갔다.
하지만 다시 홀로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성균관대에서 프랑스어문학과 영어문학을 전공, 서울대대학원에서 영어영문과 영미시를 공부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번역가로 활동중이고, 주요 번역서는 '세계를 향한 의지', '불복종' '수치심' 등이 있다. 그녀가 집필한 '작은 땅의 야수들'은 총 6년에 걸쳐 집필되었고, 2021년 아마존 '이달의 책'에 올랐다.
이후 전세계 10여개가 넘는 나라에 판권이 팔렸으며 2022년 9월 '데이턴문학평화상'을 2024년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