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요내용
나영웅 작가의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취향이 단순한 기호를 넘어 사회적 계급과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말하려고 한다. 특히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이를 분석하려고 한다.
작가는 자신의 사회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써내려간다. 특히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자본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취향의 계급화 현상을 고찰하고자 한다.
부르디외는 취향은 사회가 만들어 낸 계급적 구별짓기라고 말한다. 소득에 따른 소비가 계층화된 구조 안에서 우리의 취향은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벼락같은 한마디였다. 모든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비정한 세상에서 투쟁할 수 있는 무기를 발견한 것이다 - <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 중에서
취향은 문화 자본이며 곧 아비투스로 개인의 삶에 체화되는 자본이다. 취향은 주변 환경과 가정 양식 그리고 오랜 교육을 통해 길러지고 승계된다. 그런데 이런 문화 자본의 인증은 대체로 소유자의 단편적 이미지 즉 상징 자본으로 이루어진다. 대학의 졸업장, 고급 레스토랑의 테이블 매너, 유명한 작가의 그림 몇 장이면 고급 취향을 가진 상류층을 연기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마련된다. 이처럼 대중이 인정하는 상징을 보유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취향 자본을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티켓을 얻는 것과 같다. - <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 중에서
특히 이런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한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사회변화속에서 형성된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자본 축적방식과 계급구별짓기는 결국 개인의 취향이 아닌 만들어진 취향이라고 작가는 비판한다.
2.느낀점
나영웅 작가의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 선택하고 있는 기호가 내가 좋아하는 기호가 많는 것인가? 잠깐 멈칫했다. 최근에 본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이 대결을 했는데, 실력이 비슷하다보니 심사위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두 분다 너무 잘하셔서 이것은 잘하냐 못하냐가 아닌 개취에 따른 것입니다."
이처럼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말은 생활속 어디에든 존재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은 그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것이 어려서부터 학습된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메스컴에서 보여주는 여러 문화들을 보면 어느정도 납득이 되는 말이었다.
최근 요리프로그램이나 여행프로그램을 보면 예전에는 알 수 없었던 음식이나, 도구들, 재료들의 이름을 들을 수 있다. 일반적인 사람은 사용해보지도 못했을 도구, 먹어보지도 못했을 음식들, 체험해보지 못했을 여행프로그램.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저렇게 해야 제대로 된 인생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낙오자로 여기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난 와인 체질이 아닌데 와인을 먹어야 고급진것처럼 생각되어지고, 영화는 저급하고 뮤지컬은 고급지고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사회학자 브루디외가 주장한 문화자본이론을 가지고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것은 비판하고 있는 작가도 이미 이러한 취향계급사회에 물들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씁쓸한 실소를 머금게 되었다. 어느정도 작가의 말에 동의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반대한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리고 취향을 자본주의 사회안에서 계급상승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것 같아 불편했다.
사용하는 브랜드들도 모두 바뀌었고 사는 집의 컨디션도 바뀌고 심지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의 범위도 달라졌다. 나의 기본적인 소양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가치만큼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달라졌다...(중략)...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아르바이트했던 곳의 사장님과 매형이다. 두 사람의 선물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들의 선물이 유난히 정성스러워서가 아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할 정도로 선물의 금액이 높았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여행경비에 보태라며 내게 30만 원을 주셨고, 매형은 당시 30만 원 상당의 노스페이스 패딩을 사줬다. 아르바이트 소득밖에 없었던 나에게 30만 원 크기의 감동은 쉽게 잊히지 않는 호의였다. - <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 중에
결국 작가도 그렇게 해서 상류층(?)의 문화를 누려보니 납득이 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물론 부르디외의 이론에 근거해서 이러한 현상을 비판적으로 기록한 점은 매우 좋았다.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3.밑줄들
하지만 개인으로 치면 큰 소비의 굴곡을 경험할 기회였기도 했다. 200만 원대의 월급을 받을 때는 5평 원룸에서 사용할 식기를 사러 다이소에 갔었다. 300만 원 이상부터는 원룸은 투룸 전셋집으로 바뀌고 가구를 사기 위해 최저가 순이 아닌 취향에 맞는 품질 좋은 물건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내가 이런 다양한 소비 계층을 경험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바로 선택의 자유였다.- <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 중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에서 서로의 취향이 충돌하는 경험을 한다. 직장에서 팀원들과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연인과 같이 볼 영화를 고를 때, 친구들과 함께 여행지를 고를 때 거의 모든 상황에서 타인의 취향과 충돌하고 수용하고 반대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단순히 ‘취향 차이’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한다. 나와 타인의 취향이 충돌하는 일은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부르디외는 이 빈번한 취향의 차이가 결국 신분을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한다. - <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 중에서
취향의 형성은 크게 두 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바로 확정 취향과 독립 취향이다. 확정 취향은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가정환경에서 주입되는 취향이다. 독립 취향은 확정 취향을 기반으로 스스로 형성해 나가는 개인의 취향이다. 이중 아비투스는 확정 취향을 설명하는 좋은 개념이다 - <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 중에서
15년 전에 다녀온 유럽 배낭여행은 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조차 예술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하지만 내가 ‘서양 미술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을 듣고 배낭여행을 갔다면 더욱 멋지고 예술적 문화 자본이 충만한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교양이 길러진 상태에서 예술품 관람은 상류층의 특권이고 유럽 배낭여행은 아주 가성비가 좋아진 그랜드 투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 <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 중에서
부르디외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상품의 브랜드, 명문 학교의 졸업, 공인 자격증과 같이 사회적 신뢰가 높은 상징이 개인의 신분이나 위세를 형성하는 것을 ‘상징 자본’이라고 말했다. 상징 자본은 은은한 과시, 보이지 않는 폭력과 같다. 상징 자본은 실체와 상관없이 개인이 쌓은 명성과 상징만으로 권력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 중에서
부르디외는 사회학이란 자신을 지키는 무술이라고 말했다. 그가 사회학을 무술이라고 칭한 이유는 우리가 의연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내가 부르디외의 글을 통해 깨달은 몇 가지 메시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 <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나영웅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