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나올정도로 사람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믿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죽이고 싶은 아이'라는 책이 바로 이런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청소년소설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었다.
줄거리
한적한 학교에서 학생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름은 박서은. 자살로 보이는 죽음이었지만 조사하는 과정에서 타살임이 밝혀진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놀랍게도 박서은과 가장 친하게 지냈던 지주연이었다.
주연으로 말할 것 같으면 모범적이고 집안도 넉넉한 학생이었다. 평소 서은과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주연과 다르게 서은은 홀어머니 아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주변에 친구도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주연을 만나고나서 서은은 여러모로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주연과 서은의 관계는 친구관계가 아니라 주종관계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뿐만아니라 조사과정내내 주연의 태도 때문에 변호사도 포기할 정도였다.
언론과 SNS 그리고 친구들의 진술들을 종합해 볼 때 지주연이 확실히 범인이라고 결론 짓는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계기로 주연이 범행을 목격했다는 목격자가 등장하므로써 주연의 범행은 확실시 된다.
하지만 모두의 허를 찌르는 진짜 범인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밝혀지게 된다.
느낀점
처음 제목을 보고서 학교폭력 관련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스릴러물이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정말 지주연이 범인일까? 계속해서 생각하며 읽게 된다. 전체적인 내용이 지주연을 범인으로 몰고가기 때문에 결국 범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은 독자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또한 허무하게 만든다.
결말의 반전은 작가가 처음부터 노린 것이 확실하다. 책속 인물들이 진실보다는 평소에 가진 편견과 자신의 믿음을 가지고 '그럴것이다'로 지주연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것을 보여주며 독자들도 똑같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책은 단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어떻게 여론이 자신들이 타겟으로 삼은 대상을 죽일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군중들이 어떻게 편견을 가지며 그 편견이 확신으로 변해 죄없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은 교만을 지적한다.
밑줄들
서은이는 좀 그런 애였어요. 그냥 하고 다니는 것도 찌질하다고 해야 하나. 공부도 못하고 얼굴도 뭐 그냥 그렇고 집도 좀 못 사는 거 같고. 왜, 존재감 없고 그닥 친해지고 싶지 않은 그런 애 있잖아요. 딱 그런 애였어요.
당연하죠. 친구 사귈 때 다 따져요. 얼굴, 성적, 집안. 점수 매겨 놓고 순위 나누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다들 속으로는 예쁘고 잘살고 공부 잘하는 애랑 친해지고 싶어 하죠. 성격이 아주 재미있으면 상관없지만 서은이는 그런 타입도 아니었거든요. - < 죽이고 싶은 아이 , 이꽃님 > 중에서
거짓말.
경찰이 처음 주연을 찾아오던 날, 아무 거짓도 없이 사실대로 말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실대로 말해도 경찰은 믿어 주지 않았다. 마치 정해진 답이 있는 것처럼 자꾸만 주연에게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다. 이미 수십 번도 넘게 서은을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고 또 말했음에도....
주연은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유리한 증언. 사실대로 다 말하면 자신에게 불리해질 수도 있었다.
유리한 증언. 거짓말로 둘러싸인 유리한 증언……. - < 죽이고 싶은 아이 , 이꽃님 > 중에서
글쎄 말입니다. 의도야 어찌 됐든 마치 가난한 서은이는 천사이자 피해자고, 부유한 주연이는 악마이자 가해자인 것처럼 포장해서 방송이 나왔단 말이지요.
솔직히 지난번 방송 보면서 너무 놀랐습니다. 가난은 선이고 부는 악입니까? 죽은 사람은 선이고 살아 있는 사람은 악입니까? 그렇다면 여기 있는 우리 모두 다 악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 있지 않습니까.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요? 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바로 그겁니다. 본질. 어째서 피디님은 언론을 이용해 본질을 흐리고 계십니까.
저한테는 둘 다 소중한 학생입니다. 죽은 아이도 불쌍하고 안타깝지만, 살아 있는 아이까지 기어이 죽이셔야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 < 죽이고 싶은 아이 , 이꽃님 > 중에서
재판이라고 엄청 떨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아무도 절 의심하지 않더라고요. 웃기죠. 사람들은 자기가 다 안다고 믿어요.
사실 아무것도 모르면서. - < 죽이고 싶은 아이 , 이꽃님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