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님의 첫 작품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었을 때, 마지막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반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혹시 작가가 속편을 낼까 은근히 기대했는데, 다행히 2편이 출간되어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초판이 나온 지는 제법 되었지만, 그래도 '그 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던 독자라면 깊게 공감할 내용이었다.
줄거리
서은의 죽음 이후, 모두의 의심은 지주연을 향했다. 그러나 사건을 파고들던 형사는 직감처럼 끝내 다른 진실을 발견하고, 주연은 법적으로 결백 판결을 받는다.
문제는 판결이 나왔다는 사실이 사람들 생각을 바꾸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언론과 SNS, 유튜브 등에서 떠도는 수많은 소문과 음모론은 주연을 계속해서 죄인 취급을 하고, 그녀와 가족은 그로 인해 큰 상처를 받게된다.
주연은 자신을 향한 시선과 싸우다 서은이 살던 곳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뜻밖의 만남이 일어나고, 서은의 어머니와 서로의 상처를 나누며 천천히 회복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법정에서의 '무죄'가 삶의 완전한 회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두 사람의 소소한 관계 회복 과정이 여실히 보여준다.
이야기는 결국 주연이 누군가의 응원과 진심에 의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과정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느낀점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소문'과 '공적 담론'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침식하는지에 주목한다. 1편이 진실과 신뢰의 문제를 다루었다면, 2편은 소문이 사람의 인생을 장악하고, 그 잔해를 어떻게 다시 세울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주연의 회복 서사가 다소 익숙한 패턴을 따른다는 아쉬웠다. '고통 → 고립 → 우연한 만남 → 치유'라는 회복의 틀은 안정적이지만 새로움은 덜하다고 느꼈다. 또, 주연이 서은의 환영을 보는 설정은 약간 진부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말했듯 삶은 이어져야 하고 누군가의 진심 어린 인정과 지지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점은 충분히 울림이 있었다.
특히 요즘같이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에, '법적으로 무죄'라는 사실조차 집단의 판단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묘사는 섬뜩할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뉴스와 유튜브, 댓글 문화가 개인의 평판을 어떻게 왜곡하는지에 대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밑줄들
진짜 어떻게 생겨 먹은 애인지 궁금하다, 궁금해. 그런 애들은 딱 봐도 티가 나겠지? 눈빛이 보통 사람이랑은 다를 걸. 보나 마나 완전 역겹게 생겼겠지. 지난번에 방송 나온 거 보니까 걔랑 알고 지낸 사람들도 다 싫어하더만. - < 죽이고 싶은 아이 2, 이꽃님 > 중에서
우리 할머니 완전 보살이잖아. 뭐라더라. “살아 보믄 욕하는 사람들은 딱 요만큼뿐인 기라. 대부분은 아무 말도 안 하고 묵묵히 사는 사람들뿐이다. 근데 우째서 욕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냐 카믄, 꼭 욕하는 놈들이 눈에 띄게 티를 내서 안 글라. 믿어 주는 사람들은 그냥 티도 안 나게 지켜보기만 하고. 그라니까 티를 내 줘야 한다. 여기 니를 믿는 사람도 있다, 이래. 그라믄 죽을 사람도 산다카이. 그기 사람 살아가는 세상인 기라.” 우리 할머니가 아직도 이렇게 순진하다니까. 남 걱정 해 줄 거 다 해 주고 믿어 줄 거 다 믿어 주면 나는 언제 공부하고 언제 성공하니? 아유. 벅차다 벅차, 정말. 급식실 갈 때마다 할머니가 눈치 줘서 죽겠다니까. 우리 할머니 내 성적은 알고 그러나 모르겠다. - < 죽이고 싶은 아이 2, 이꽃님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