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것들(엘러스데이 그레이) - 소설로 읽어야 찐 의미를 알 수 있다는...

엘러스데어 그레이의 '가여운 것들'은 같은 제목의 영화 '가여운 것들'이 화제가 되면서 알게된 책이다. 영화는 엠마스톤의 오스카상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화제가 되었다. 영화를 보고 문득 원작이 궁금해서 읽었다.  


가여운 것들 책표지


 

가여운 것들

1.줄거리

마이클이 우연히 발견한 문서더미를 인계 받은 엘러스 데어 그레이는 그 문서가 심상치 않은 것임을 직감한다. 그래서 그 문서에 기록된 여의사의 이름과 관련된 이야기를 편집하여 세상에 내놓기로 한다. 

그러다 마이클의 눈이 글래스고 대학을 졸업한 최초의 여의사 이름을 포착했다. 한때 공중보건에 관한 페이비언주의 소책자를 저술한 적도 있지만, 오늘날에는 오직 여성 참정권 운동을 연구하는 역사가들에게만 알려진 이름이었다. 마이클은 그 서류 묶음들을 택시에 실어 가져가서 틈이 날 때마다 꼼꼼히 살펴본 뒤 쓸 만한 것들을 추려 내기로 결심했다.(p.13)


그 여의사의 이름은 벨라벡스터이며 천재 과학자인 갓윈 백스터의 딸이었다. 갓윗백스터는 자신의 학생중 맥캔들리스라는 남자를 집으로 초대해 벨라를 소개한다. 그리고 벨라를 관찰해 줄 것을 부탁한다. 

맥캔들리스는 벨라가 성인이지만 아이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여 백스터에게 게 질문을 한다. 백스터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벨라는 임신한 상태로 투신자살한 여성의 몸에 다행히 목숨을 건진 뱃속의 아이의 뇌를 이식시켜 재탄생시킨 여성이었던 것이다. 

충격도 잠시 맥캔들리스는 순수한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둘은 약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재산분할 문제로 집으로 찾아온 변호사 덩컨 웨더번을 만난 벨라는 그와 밀월여행을 떠난다. 

몸이 두뇌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도록 자극했네 이것이 문제를 야기할 거야 자네는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몰라, 맥캔들리스. 하지만 자넨 벨라를 매혹시켰네. 자네는 나를 제외하고 그녀가 만난 첫 번째 성인 남성이야 나는 그녀가 손가락 끝으로 그것을 감지하는 것을 보았네.(p.78) 

자네가 벨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으로써 범죄를 저질렀다면, 나는 그 범죄에 감사하네 왜냐하면 나는 그녀가 웨더번과 결혼하든 안 하든 지금 그대로의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일세. 나는 또한 나를 클로로포름으로 기절시킨 여성이 과연 누군가의 무력한 노리개가 될 것인지 의심스럽네. 어쩌면 우리는 웨더번을 측은히 여겨야 할지도 몰라.(p.137)

오직 본능에 충실했던 벨라는 웨더번과 본능적인 쾌락을 추구하며 세계각지를 여행한다. 그런데 여행을 하며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여러 문화들을 접하는 가운데 

벨라는 점점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세상의 화려함에 가려진 이면의 진실을 발견하고는 사고의 확장과 더불어 당시의 차별과 불공평에 눈을 뜨게 된다. 

큰 나라는 성공적인 약탈 공격을 통해 만들어지고 역사를 기록하는 자들은 대부분 정복자의 편에 서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역사는 대개 약탈을 당한 쪽이 그들의 상실로써 개선되었고 따라서 그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식의 암시를 주지요...(중략)...

내가 방금 목격한 광경이 바로 거의 모든 문명국가가 작동하는 방식이라더군요 베란다에 있던 사람들은 주인이자 지배자래요. 그들은 물려받은 정보와 재산 덕에 다른 모든 사람들의 우위에 올라서 있죠...(중략)...

그들은 무력하고 병들고 작은 사람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요 종교와 정치를 이용하여 아주 수월하게 그 모든 고통에 대한 우월함을 유지해요 

그들은 종교와 정치를 불과 칼을 이용해 고통을 퍼뜨릴 구실로 삼죠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pp.128-276)

벨라가 성장할수록 웨더번에 가졌던 호기심은 사라졌고 오히려 망가지는 웨더번에게 실망한다. 벨라는 곧 웨더번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약혼자 맥캔들리스와 결혼실을 치루다. 

드디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느끼는 순간 벨라의 이전 남편가 가족들이 들이닥친다. 자신의 진짜 가족을 만난 벨라는 또다시 맥캔들리스를 떠난다. 

그런데 전남편의 집에서 벨라는 자신이 여행하면서 깨달은 차별과 불공평 그리고 폭력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그래서 벨라는 다시 맥캔들리스에게 돌아온다. 

그들은 당신을 상대로 한 이혼 소송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오브리 경. 당신이 돌리 퍼킨스와 간통했다는 주장은 소송의 쟁점과는 관계가 없어요. 

남편의 간통은 그것이 자연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다시 말해 항문 성교, 근친상간, 동성애, 혹은 수간이 아닌 한 이혼의 근거가 되지 않거든요. 

만약 그들이 극도의 잔인함을 근거로 항소한다면, 당신이 레이디 블레싱턴을 지하실에 가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녀가 미쳐서 날뛰었기 때문이고, 

당신이 의학적 도움을 줄 사람을 데려오는 동안 그녀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였음을 바로 저쪽 증인들이 증언해야 합니다. 

이혼 소송은 레이디 블레싱턴이 법원의 피구금자로서 보호 감호 되는 것으로 마무리될 겁니다. 추문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면 우리로선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죠.”(p.363)

돌아온 벨라는 맥캔들리스와 백스터의 도움으로 의학을 공부하여 여의사가 된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이후 벨라의 편지가 이어진다. 그리고 벨라는 편지를 통해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맥캔들리스가 조작한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백스터와 벨라를 질투한 맥캔들리스가 백스터와 벨라를 질투하여 만들어낸 가짜라는 것이다. 그리고 벨라는 두 이야기중 어떤 것을 믿을 것인지 독자들이 선택하라고 말한다.  

친애하는 독자여, 당신은 이제 두 가지 이야기 가운데에서 선택할수 있으며, 어느 것이 더 개연성이 있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 두 번째 남편의 이야기는 단연코 가장 병적인 세기라 할 수 있는 19세기에 존재한 모든 병적인 것들의 냄새가 풍기지...(중략)...

내 인생사에 대한 이런 극악무도한 패러디를 읽은 이후로 나는 계속 의문을 가져왔어 “아치는 도대체 왜 그것을 썼을까?” 미침내 답을 찾았기에, 

나는 이제 이 편지를 후세에 부칠수있다...(중략)...불행하게도, 나의 아치는 자신이 사랑했던 유일한 두 사람이자 자신을 용인해 준 유일한 두 사람을 질투했어 

그는 갓이 유명한 아버지와 다정하고 자애로운 어머니를 두었기에 질투했어 그는 나의 부유한 아버지, 수녀원 교육, 그리고 유명한 첫 남편을 몹시 싫어했고, 

나의 우월한 사회적 매력에 분개했어(pp.412-414)

 

가여운 것들

느낀점

'가여운 것들'은 영화를 먼저 보았다. 엠마스톤이라는 배우가 이 영화를 통해 두번째 오스카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보게 되었다. 

또한 영화에 대한 소개가 파격적이고 예술적인 이야기라고 해서  더 호기심을 가지고 보았다. 실제로 영화는 다소 파격적이다. 엠마스톤의 29금 연기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만 봐서는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었고, 영화를 먼저 본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만약 '가여운 것들'의 진짜 이야기가 알고 싶다면 소설을 꼭 읽고 영화를 봐야 한다. 소설은 자극적이지 않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가 18세기 빅토리아시대임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에 약자들과 여성들이 당했던 차별과 폭력. 

책은 이러한 당시의 대우에 대한 불합리함을 한 여성을 통해서 꼬집고 싶었던 것 같다. 특히 여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진 이 소설은 후반부의 벨라의 편지를 통해 더욱더 확실해 진다. 

왜? 유아의 뇌와 여인의 몸이었을까 생각했었다. 이것은 당시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표현한 풍조라고 생각했다. 

여성들은 어른이 되어도 본능적인 욕구만 채워주면 되는 미성숙한 존재라는 것을 표현한 것 같다. 계속 그렇게만 살아야 하는 여성. 

하지만 소설은 오히려 벨라를 통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여성을 표현했고, 세상의 차별과 폭력, 불합리함은 오히려 지배계급 특히 남성에 의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듯 보였다. 

소설속의 이야기가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지만. 굉장히 잘구성된 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책이다. 

 

가여운 것들

영화와 다른 점



가여운 것들 포스터


동명의 소설 '가여운 것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여운 것들은 엠마스톤 주연으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제작했다. 

영화는 책의 전반부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벨라가 웨더번과 여행을 다녀온후 맥캔들리스와 결혼식날 찾아온 전남편을 만나고 옛 집에 다녀온 이야기까지를 다룬다. 

영화는 벨라가 전남편의 집 즉, 자신이 그동안 지냈던 가정에서 이전의 벨라가 왜 자살을 할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맥캔들리스에게 돌아온 벨라는 의학을 공부한 뒤 전남편에게 복수를 행한다. 이것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는 벨라의 성숙을 복수로 마무리 짓는다. 그래서 원작의 의도를 약간은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복수로 끝이 나지만 원작은 벨라가 자신의 느낀바를 사회에서 실천하며 공헌하는 삶을 사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절반의 내용만 담고 있기 때문에 '가여운 것들'의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없는 것 같다.

영화를 소개하는 것을 보면 화려한 영상미와 자극적인 것에 초점을 두었다. 이런 점이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희석시키고 만다. 그래서 영화와 책을 반드시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