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 증명
1.줄거리
어려서부터 한동네에 살았던 구와 담이는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하는 사이이다. 주변의 시선과 여러가지 상황속에서 헤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언제나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사랑하며 며 지냈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학교에 있을 때도 내내 구를 기다렸다. 만날 시간은 분명 정해져 있고, 그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대기 중이었다. 오 분, 삼십 분,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심지어 구와 함께 있을 때에도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고, 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내가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 <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 중에서
하지만 구가 일하는 공장에서 만난 노마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은 뒤 구와 담은 잠시 떨어져 지내게 된다. 구는 공장에서 만난 여자와 잠시 동거를 하고 담은 대학에 들어간다.
멀리 떨어진 두 사람이지만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완전히 끊어내지는 못한다. 구는 군대를 가고 그 사이 담이는 자신을 길러준 이모와 사별을 한다.
시간이 지난 어느날 자석처럼 구와 담은 다시 만나고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함께 살아간다.
나는 고집스럽게 대꾸했다.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다시 구를 기다리며 살 자신이 없었다.만약에 너 때문에 내가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면 너는 술병을 치우는 대신 내 술잔에 술을 따라줘야 해. 우린 그렇게라도 같이 있어야 해.이건 사랑이 아니야. 구가 말했다.뭐든 상관없어. 나는 단호했다. 단호히 짐을 정리했다 - <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 중에서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부모의 빚을 떠안은 구를 끝까지 괴롭히는 사채꾼들에 의해 결국 구는 살해당한다.
그리고 죽은 구를 담이는 그대로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여관에서 구를 깨끗히 씻긴 후 담이는 한조각 한조각 구를 먹으며 구를 자신안에 담는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거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 중에서
구의 증명
책속밑줄
내가 어떻게 생겨나서 할아버지랑 같이 살게 되었는지. 그건 나도 몰랐다. 할아버지는 모두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고 돌아가셨다. 언젠가는 말해줄 작정이었겠지만, 당신도 당신이 그리 느닷없이 죽어버릴 줄은 몰랐겠지. 애고 어른이고 우린 도통 아는 게 없었다. 이런저런 생활의 지혜 같은 것은 기가 막히게 잘 알면서도, 자기 삶을 관통하는 아주 결정적인 사실은 모른 채로, 때로는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로도 우리는 그럭저럭 살았던 것이다 - <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 중에
몸뚱이…… 몸은 인격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는 고기, 사람이라는 물건, 사람이라는 도구.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영혼 값은 달랐다. 돈 없는 자의 영혼을 깎는 것을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없으므로 깎이고 깎인 그것을 채우기 위해 돈에 매달리고, 매달리다보면 더욱 깎이고…… 뭔가 이상하지만, 그랬다. - <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 중에서
이삿짐도 나르고 공사장 일도 했다. 대리기사도 하고 주차요원도 했다. 돈이 생기는 대로 이자를 갚았다. 생활은 담이 벌어오는 돈으로 했다. 죽을 때까지 이자만 갚다가 끝날 것 같았다. 법에 기대볼 생각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돈의 세계는 법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법에 기대어 살면서도 거듭 사기를 당했던 부모님은 결국 법이 통하지 않는 영역에서 돈을 빌렸다 - <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 중에서
간호학과에 갔고 한 학기를 다니다가 휴학한 상태였다. 등록금에 생활비에 방세까지, 두 학기를 연달아 다닐 여력이 안 된다고 했다. 빨리 돈을 벌고 싶어서 간호사를 꿈꾸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일단 돈이 있어야 했다. 생각처럼 살아지지가 않네. 국거리를 받아들며 그녀가 말했다. - < 구의 증명, 최진영 지음 > 중에서
구의 증명
느낀점
최지영 작가의 '구의 증명'은 우연히 읽게 된 책이었다. 반신반의하며 읽은 책이었지만 너무 재미있게 본 책이다.
겉으로 보면 구와 담의 끈질긴 인연 그리고 사랑을 말하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되물림되는 가난 속에서 보호받지 못한 소년소녀 가장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라 생각했다.
특히 구는 원치않는 빚으로 인해 어린시절부터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일을 해서 돈을 갚으면 갚을수록 늘어나는 이자빚에 결국에는 살해당한다.
구와 담은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 사회속에서 서로를 보호해주며 살아야 했다. 이제 구가 사라진 담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망막했던 담이는 결국 구를 먹는 것으로 해결한다.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담이 구를 먹는 장면이라서 엽기적인 스릴러물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완전한 오해임을 알게 되었다.
최진영작가의 필체는 직설적이다. 그래서 좋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독자들을 농락하지 않는다.
사회속에서 피하고싶었던 장면들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사실적으로 와닿게 되고 심각성에 동감하게 된다. 그런점에서 '구의 증명' 역시 매우 공감이 가는 책이었다.
한가지 책을 끝까지 읽어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도대체 구가 증명하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책의 제목은 구의 증명인데 구가 증명하려고 했던게 나오지 않는다.
담이에 대한 사랑인가? 사회악에 대한 증명인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지만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