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리베카 솔닛) - 이야기가 가진 힘

'멀고도 가까운'은 리베카 솔닛의 책이다. 사실 리베카 솔닛의 책을 처음 접해 보았다. 처음에는 조금 읽기 힘든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다 읽었을 때에야 좋은 책이며, 좋은 작가임을 알게 되었다. 



줄거리

'멀고도 가까운'은 리베카 솔닛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과정을 중심으로 쓴 개인 에세이 집이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과거 자신이 느꼈던 어머니에 대한 상처에 대해 솔닛은 다시금 기억해 낸다. 

이야기는 자신의 집에 도착한 살구를 보면서 시작된다. 이 살구를 통해 저자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이야기들과 자신의 경험과 상처, 관계를 빗대어 바라보기 시작한다. 

솔닛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는 경험을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솔닛은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독자들에게 전하려 한다. 

솔닛은 '멀고도 가까운'을 개인의 회고록 형식으로 써내려간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읽기와 쓰기의 여려 유익들에 대해 논한다. 

'멀고도 가까운'은 이야기의 힘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들으므로써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 이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때라고 솔닛을 말한다. 

밑줄모음

우리는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사랑하라고, 미워하라고, 두눈으로 보라고 혹은 눈을 감으라고, 종종. 아니 매우 자주. 이야기가 우리를 올라탄다. 그렇게 올라타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채찍질을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면,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그걸 다른다.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고, 잠시 멈추고, 침묵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에 이름을 지어주고, 그런 다음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p.15)

사람들이 '어머니'나 '아버지'라고 말할 때, 그건 서로 다른 세가지 현상을 일컫는다. 우선 당신을 만들고 어린 시절 늘 당신위에 있는 거인이 있다. 그 다음,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지하게 되는 때때로 친구처럼 대할 수 있는 어떤 인간적인 모습이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스스로 내면화한 부모님의 모습이 있다. 그것은 당신 자신이 되기 위해 투쟁하고, 달래고, 도망치고, 이해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대상이다. 이 세 모습이 한데 뒤섞여 혼란스럽고 서로 모순되는 삼위일체를 만들어 낸다. 강물 앞에서 "네"라고 대답함으로써 나는 내안에 있던 어머니의 모습, 의무감과 경계심이 반영되어 있던 그 모습을 극복해 낸 것이다.(p.58)

고통에도 목적이 있다.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느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돌보지도 않는다.' 당시 나의 상황에 놀랄만큼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말이었다. 오래된 지혜를 새롭게,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재확인한 나는 나병과 고통에 관한 글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p.152)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느 부분은 죽어야 하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는 것보다 죽음이 먼저 오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의 죽음은, 스스로 익숙한 자기 모습의 죽임이기 때문에 '타인의 이야기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내 이야기의 일부를 비워 내는 것. 그렇게 타인의 어휘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더 커진 경계 안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p.379)

느낀점

리베카 솔닛의 책을 처음 접해봐서 그런지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자기 등장한 살구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이후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다른 책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런데 책을 모두 읽었을 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한곳으로 모여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면서 솔닛은 자신이 그동안 당했던 어머니로부터의 상처가 떠오른다. 

솔닛은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써 이야기를 말한다. 그래서 책속에 다양한 책들의 이야기가 등장한 것이다. 

솔닛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들이 결국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특효약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타인의 이야기가, 때로는 책의 이야기가, 때로는 나의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의 나를 치유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고, 쓰고, 나누는 것은 인간을 치유하는 매우 중요한 행위임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읽다보니 깊은 통찰력과 삶에 대한 현실적 반영이 잘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