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문경민) - 훌훌 털어내면 좋을텐데...

'훌훌'은 문경민 작가의 책으로 입양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입양을 통해 상처를 받은 주인공이 관계 때문에 받은 상처를 또다른 관계를 통해 회복하는 이야기다. 입양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훌훌 책표지그림




 

  줄거리

어릴 적 입양되었지만 곧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있는 서유리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자신을 낳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왜 입양되었다가 파행되었는지도 모르는 채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한 집에 산다지만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할아버지와 제대로 된 대화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유리에게는 한가지 큰 계획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독립하여 과거를 훌훌 청산 한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자신을 입양했던 버린 서정희씨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장례를 모두 마친 날 서정희씨의 아들 연우를 보게 된다. 그리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우를 떠안게 된다. 유리와 할아버지 사이에 연우가 끼어들게 된 것이다. 

유리와 함께 살게 된 연우는 어머니 서정희씨와의 관계가 심각하게 틀어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 영향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어머니에게 당한 학대가 친구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이었다. 한편 할아버지는 유리와 연우 몰래 그동안 투병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리는 할아버지와 연우 그리고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2년후면 모든 것을 털어내고 훌훌 떠나려했던 유리는 오히려 연우와 할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적잖은 혼란을 겪게되는데 그 안에서 치유를 경험한다. 결국 유리는 관계와의 훌훌을 선택한 것이 아닌 과거의 아픔을 훌훌 털어낸다. 

  밑줄들

내가 입양되었다는 건 서정희 씨에게서 들었다. 어느해 겨울날 서정희씨느 입양 관련 동화책을 가져와서 내게 읽어주었다. 그리고 어정쩡한 말투로 말했다. 너는 내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몇 살 때였는지는 잘모르겠다. 다만 기억나는 건 두 가지였다. 사람이 가슴에서 태어날 수 있다는게 이해되지 않았다는 것. 가슴으로 낳았다는 말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 서정희 씨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p.19)

채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엉망이 된 기분을 감추고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야만 할때, 화가나고 치사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속을 감춰야만 할 때, 갈비뼈 사이에서 시기와 질투가 보라색 가스를 뿜어내는 듯하지만 진짜 축하해 너무 잘됐다. 최고최고 하는 말들을 해야만 할 때, 관계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가면을 써야 할 때 채팅은 정말 필요했다.(p.90)

연우는 자기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두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칼을 가다듬었다. 조금 전 내 안에서 터졌던 살벌하고 뜨거운 감정이 떠올랐다. 잔인하고 거칠었던 내 행동들이 머릿속에서 고스란히 재생됐다. 나를 믿을 수가 없었다. 어디에선가 엄마 서정희씨가 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p.133)

언젠가 할아버지와 둘이 마주한 식탁에서 나는 서정희씨가 왜 나를 끝가지 책임지지 않은 거냐고 물었다. 사이다에 밥을 말던 할아버지는 별일 아니라는 것철럼 대답했다. "아무래도 자기 자식은 아니었으니까 뭔가 힘들었던 게지." ,,.(중략)...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서정희씨의 삶은 애잔했다. 서정희씨는 남편과 딸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했다. 알코올중독이 의심될 정도로 술을 마셨고 다니던 학원에서도 잘렸다. 마음 달래겠다며 친구와 함께 카지노에 갔던 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고 했다.(pp.237-238)

"야, 그게 뭐가 부러워. 너는 한 번즘 만나러 가 볼 수 있는 거잖아. 나는 그럴 수 없고." 세윤이 한쪽 눈가를 찌푸리며 말했다. "다시 만난다고 해서 그게 정말 좋을까? 그건 잘 모르겠어."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세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부모님과의 만남은 죄다 삼류 막장 비극이었으니까.(p.248)

  느낀점

'훌훌'은 제목을 보고 의문을 가졌던 책이다. 왜 제목이 훌훌일까? 책속에서 유리가 할아버지아 연우와의 관계를 훌훌 털어버리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지은 것일까? 과거의 아픈 상처를 훌훌 털어낸다는 의미일까?

책을 읽은 결론은 유리가 관계를 끊거나 상처를 털어낸다는 의미보다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훌훌 털어낸다는 의미로 생각했다.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생각, 아픈기억을 잊겠다는 생각 이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훌훌 털어내겠다는 유리의 다짐인 것 같았다. 

'훌훌'은 입양에 관한 내용이다. 파양된 경험이 있는 유리를 통해 입양의 명암을 보여주고 있다. 유리와 연우는 모두 관계로 인한 상처를 품고 있다. 입양이든 친자식이든 관계를 통해 입는 상처는 동일한 아픔을 갖게 된다. 

유리와 연우는 관계의 단절을 통해 아픔을 치료하려 했다. 유리는 할아버지와의 단절을 생각했었고, 연우는 서정희씨와의 단절을 생각했다. 이렇게 단절을 하면 아픔도 상처도 잘라내어 없앨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유리는 학교에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세윤이라는 친구를 만난다. 똑같이 입양과 관련된 상처를 가진 친구였다. 하지만 세윤은 가족과의 관계에서 유리와는 전혀다른 맺고 있다. 이를 통해 관계를 통해 받은 상처가 또다른 관계를 통해 치유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결국에는 유리도 할아버지와 연우와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통해 서서히 치유가된다. 아픔도 치유도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생겨난다. 따라서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통해서 사람은 치유되고 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