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무라타사야카) - 남의 삶을 판단할 권리 있냐?

'편의점 인간'은 일본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이 책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시상식 당일에도 편의점 알바를 하고 왔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제목도 특이하고 해서 한번 읽어보았다. 


편의점인간 책표지


  줄거리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서른 여섯살의 편의점 알바생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별다른 직장에 취지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편의점 알바만을 18년째 하는 중이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에 상관없이 게이코는 편의점에서의 생활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산다. 

게이코는 어렸을저부터 특별취급을 받던 아이였다. 특히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진단을 받은 후 걱정이 되었던 부모는 게이코에게 평범하게 보통사람처럼 행동하는 방법을 교육하며 양육하였다. 

이렇게 평범함을 교육받았던 게이코는 항상 정해진 시간에 모든것이 정돈되어있고 같은 일을 반복하는 편의점에서의 일이 자신에게는 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18년의 세월동안 이어졌던 것이다. 

그런 게이코의 삶에 새로운 알바생 사하라가 끼어들면서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말도 안되는 계기로 사하라와 동거하게 된 게이코는 이렇게 해서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하라는 사사건건 게이코의 삶에 딴지를 건다. 그리고 패배주의에 빠져 사회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는 사하라는 게이코에게 편의점과 같은 일은 그만두고 사람들이 볼 때 번듯한 직장을 구하라고 독촉하기까지 한다. 

결국 사하라의 강요에 못이겨 편의점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에 면접을 보러가는 게이코. 물건을 사기 위해 잠깐 들렀던 편의점에서 게이코는 문득 편의점일이 진짜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그 모습에 분개하는 사하라를 뒤로 하고 게이코는 다시 자신의 일상인 편의점에 복직하기로 마음을 먹고 돌아간다. 

  밑줄들

“무슨 일이니 게이코? 어머나, 작은 새가..! 어디서 나왔을까..불쌍해라. 무덤을 만들어 줄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하는 어머니에게 나는 “이거 먹자”라고 말했다...(중략)...어머니는 "이 새는 작고 귀엽지? 저쪽에 무덤을 만들고, 모두 함께 꽃을 바치자꾸나" 하고 열심히 말했고, 결국 그 말대로 되었지만,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두 입을 모아 작은 새가 불쌍하다고 말하면서, 흐느껴 울며 그 주위에 핀 꽃줄기를 억지로 잡아 뜯어 죽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꽃이네. 분명 작은 새도 기뻐할 거야"라고 말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이상한 것 같았다. 작은 새는 '출입금지'라고 적힌 나무 울타리 안쪽에다 판 구덩이에 묻혔다. 누군가가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아이스크림 막대기가 흙 위에 꽂히고, 꽃 시체가 듬뿍 바쳐졌다.(pp.11-13)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거의 내옆에 있는 사람들이다. 3할은 이즈미씨, 3할은 스가와라 씨, 2할은 점장, 나머지는 반년전에 그만둔 사사키씨와 1년전까지 알바팀장이었던 오카자키 군처럼 과거의 다른 사람들한테서 흡수한 것으로 구성되어있다...(중략)...내 말투도 누구나에게 전염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전염하면서 인간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pp.39-40)

“모두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안 돼요. 30대 중반인데 왜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왜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가. 성행위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까지 태연히 물어봅니다. ‘창녀와 관계한 건 포함시키지 말고요’ 하는 말까지 웃으면서 태연히 하죠, 그놈들은. 나는 누구한테도 폐를 끼치고 있지 않은데, 단지 소수파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내 인생을 간단히 강간해버려요.”(p.109)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지금도 꿈틀거리고 있는 그 투명한 유리 상자를 생각한다. 가게는 청결한 수조 안에서 지금도 기계장치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 광경을 상상하고 있으면, 가게 안의 소리들이 고막 안쪽에 되살아나 안심하고 잠들 수 있다.아침이 되면 또 나는 점원이 되어 세계의 톱니바퀴가 될 수 있다. 그것만이 나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p.34(30))

그때 나에게 편의점의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편의점 안의 모든 소리가 의미를 갖고 떨리고 있었다. 그 진동이 내 세포에 직접 말을 걸고, 음악처럼 울리고 있었다. 이 가게에 지금 뭐가 필요한지,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먼저 본능이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중략) 이번에는 초코릿 매대가 눈에 들어왔다...(중략)...나에게는 편의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편의점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어떻게 되고 싶어 하는지, 손에 잡힐 듯이 알 수 있었다...(중략)...그래도 나는 물러나지 않았다. ˝몸속에 편의점의 목소리가 흘러들어 와서 멈추질 않아요. 나는 이 목소리를 듣기 위해 태어났어요.˝(pp.183-187)

  느낀점

'편의점 인간'은 평범함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라 생각했다. 주인공 게이코에게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이 평범한 삶이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하라는 다르게 생각한다. 

사하라는 세상의 기준에 맞춰져 있는 인간이 곧 평범한 인간이다. 그래서 게이코의 삶을 재단하고 더 좋은 삶이 있다고 강요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어떤 삶이 좋은 세상이라 한들 그것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게이코에게는 필요없는 것이다. 

우물안의 개구리는 불행할까? 어쩌면 개구리는 우물밖 세상에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냥 그 안에서 보이는 하늘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바깥에 있는 것들이 괜시리 자신이 더 우월하다며 개구리를 꺼내려 한다면 이것은 오만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저마다 가치있게 여기는 것들이 있다. 게이코가 어릴적에 사람들은 죽은 새를 위해 꽃을 꺽지만 게이코는 죽은 새를 위해 살아있는 꽃을 꺽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쩌면 생명의 경중은 있지 않은데 게이코는 이러한 생명의 가치를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생각에 비추었을 때 부모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진 게이코가 문제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가 있는 것은 어느쪽일까? 남의 삶과 생각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니 그런 권리는 어느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다. 

그러므로 지금 현재 남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하고, 하대하는 모든 자들은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의 삶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권리만 사람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남의 삶을 판단할 권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