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개리마커스) - 내생각이 내생각일까?

'클루지'는 유명 유튜버가 한 채널에서 소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읽기 시작했다. 유튜버는 사람이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하면 그것을 내 자신이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이 책을 소개했다.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클루지 책표지

주요내용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그렇지만 놀라운) 해결책' 을 뜻한다고 한다. 책의 제목이 '클루지'인 것은 인간의 생각이 이런 식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책에 따르면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은 체계적이고 계획적이지 않았다. 어떤 상황이 생기면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진화하였고 이러한 주먹구구식 진화는 결국 인간의 인지발달에 무수한 오류를 만들어 내었다. 

이렇게 생긴 오류들이 바로 '클루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간이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상 완벽한 사고라기보다는 합리적이지 모하고 때로는 모순된 사고를 하게 된 거이라 설명한다. 이것은 비단 인간의 생각뿐 아니라 인간의 신체적인 기능도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안에 있는 수많은 클루지들을 인식하고 재검토하기 시작한다면 더 발전된 사고와 성장한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밑줄들

셰익스피어가 무한한 이성을 상상했던 곳에서 나는 다른 어떤 것을, 곧 공학자들이 ‘클루지kluge’라고 부르는 것을 본다.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 - < 클루지, 개리마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중에서

사실상 모든 사람이 동의하듯이 이 말이 처음으로 대중화된 것은 1962년 2월, 잭슨 그랜홀름Jackson Granholm이라는 컴퓨터 분야의 한 선구자가 농담조로 쓴 「클러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How to Design a Kludge?」라는 논문을 통해서였다. 그는 이 논문에서 클루지를 “잘 어울리지 않는 부분들이 조화롭지 않게 모여 비참한 전체를 이룬 것”이라고 정의했다 - < 클루지, 개리마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중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 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느낌을 받으면 그것을 자동적으로 일반화해서, 그 사람의 다른 속성들까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후광효과halo effect’라고 부른다. 이것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특성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의 나머지 속성들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갈퀴효과’인 셈이다. - < 클루지, 개리마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중에서

우리는 주제가 무엇이든 우리의 신념을 위협할 만한 것보다 우리의 신념에 잘 들어맞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우리가 (거창한 것이든 하찮은 것이든) 어떤 이론을 믿고 있다면, 그것을 위협할지도 모를 증거보다 그것을 지지하는 증거가 우리 눈에 더 잘 띄는 경향이 있 - < 클루지, 개리마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중에서

예컨대 ‘동성애자 삼촌gay uncle’ 가설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에 따르면 동성애가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동성애자들이 흔히 자기 형제자매의 아이들에게 상당한 애정과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내가 보기에 더 타당한 설명은 동성애가 성행동의 다른 변형들과 마찬가지로 진화에 의해 (출산에) 좁게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친분과 교제를 향해) 폭넓게 조율된 쾌락 체계의, 다시 말해 이미 엄격하게 적응되어 있던 한 기능 이외의 다른 기능을 위해서 함께 선택된 쾌락 체계의 결과라는 것이다. 유전적 특징과 경험의 혼합 속에서 사람들은 온갖 형태의 다양한 것들을 쾌락과 연관시킬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런 바탕 위에서 행동이 이루어진다. - < 클루지, 개리마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중에서

얄궂게도 정말로 중요한 듯한 것은 절대적 부가 아니라 상대적 수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료 직원들의 평균 수입이 900만 원인 직장에서 800만 원을 받을 때보다 동료 직원들의 평균 수입이 600만 원인 곳에서 700만 원을 받을 때 더 만족해한다. 지역 사회의 전반적인 부가 증가하면 개인의 기대도 덩달아 부풀어 오른다. 우리는 그저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결국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아무리 더 열심히 일해도 행복의 수준은 본질적으로 그대로인 행복의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셈이다 - < 클루지, 개리마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중에서

 

느낀점

 '클루지'를 읽고 나서 어떤 행동을 했을 때 '혹시 이게 클루지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새로운 다짐을 하고 실천하려고 할 때 하기 싫은 생각이 든다면 '클루지가 저항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 적도 있다. 

이렇게 클루지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행동에 작은 변화들이 생겨난 것은 좋은 점 같다. 저항하는 것은 온전한 내 생각이 아닌 클루지에 의한 오류라고 인식하는 순간 고쳐야 된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클루지'는 인지변화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 준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심리학 책이다 보니 심리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은 책에 대한 흥미를 더욱 느끼게 해준다. 

다만, 책 대부분의 내용이 '클루지'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증명에 할애되었다. 읽으면서 '오케이! 클루지는 알았다. 그래서 다음은?'이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클루지에 대한 긴 설명에 비해 그에 따른 해결책이라든지 방향을 설정하는데에는 비교적 양이 적었다. 

이점이 좀 아쉬웠다. 하지만 인지변화를 일으키는데 있어서 흥미로운 개념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좋았고, 실제로 이런 생각을 통해 진짜 온전한 내생각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