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작가는 '구의 증명'이라는 책으로 재평가 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비교적 최근 작인 '단 한 사람'은 최진영작가의 이전 작품들과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책이라고 느꼈다.
1.줄거리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 일화,월화,금화, 목화 그리고 목수는 사이좋은 남매들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금화는 쌍둥이인 목화와 목수를 데리고 빼곡한 숲으로 들어가 놀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금화가 실종된다. 끔찍한 이 사고로 인해 이들의 가족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특히 목화에게는 이상한 변화가 생긴다.
'중개'라 불리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중개'는 꿈과 현실의 경계선상에서 단 한사람을 살려야 하는 임무같은 것이었다.
이 현상은 목화의 할머니인 임천자, 어머니인 장미수로부터 목화에게 전수된 것이었다. 이를 거부하게 되면 육신의 고통을 겪게되고, 실행한 이후에도 긴 잠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다.
그렇다고 멈출수도 없었다. 그래서 목화는 '중개'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 조사한다. 그리고 '중개'를 명령하는 존재가 한 나무임을 알게된다.
그래서 목공소에 취직하여 나무에 대해서 알아본다. 어느날. 자살을 시도하는 자신의 조카를 살리는 '중개'를 하게되는데 이때 조카가 자신을 보았다는 소리를 한다.
그 후 목화는 자신이 살렸던 사람들을 만나며 '중개'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중개'가 조카에게 전수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2.밑줄들
쌍둥이가 ‘우리’라고 말하는 순간 세 사람 사이에 금이 그어졌고 쌍둥이는 같은 편이었다. 그동안 금화는 편을 나누었던가? 금화는 언제나 쌍둥이를 한편으로 묶었다. 쌍둥이는 환자, 학생, 술래, 손님, 범인, 부하. 금화는 쌍둥이와 같은 편인 적이 없었다. 스스로 그은 금은 불편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히려 금화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쌍둥이가 금을 긋자 금화는 갑자기 외로워졌다. 외롭다는 감정은 무서웠다. 무서워서 금화는 목수에게 화를 냈다. 야, 너는 남자니까 우리를 누나라고 불러야지! 금화는 ‘우리’라는 말을 강조하며 목화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 - < 단 한 사람, 최진영 > 중에서
금화가 사라진 자리에는 죄책감이 고였다. 가족들은 저마다 죄책감을 껴안고 살았다. 그때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그때 내가 이렇게 했다면. 가능했을 일을 헤아릴수록 죄책감도 커졌다. 그러나 일어난 일은 단 하나였다. 금화가 사라졌다는 것. 죽었다고 말할 수조차 없다는 것. 그것은 또 다른 질문을 불러왔다. 어딘가에 살아 있을 수도 있잖아? 아무도 섣불리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질문은 질문을 불러올 테니까. 어디에? 어떻게? 그런데 왜 나타나지 않지? 모든 질문이 고통이었다. - < 단 한 사람, 최진영 > 중에서
명령하는 존재는 하나가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미수는 오직 자신의 것만 겪을 수 있었다. 천자처럼 순응하거나 미수처럼 저항하지 않고 목화는 판단을 미룬 채 우선 경험했다. 자기 경험을 축적하고 미수의 정보를 취합하고 천자의 깨끗한 장수를 목격한 목화에게는 세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 알아내는 것.
둘째, 통과하는 것.
셋째, 증명하는 것. - < 단 한 사람, 최진영 > 중에서
미수는 단 한 사람만 살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 천자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했다. 목화가 보기에 모두 감정이 섞인 해석이었다. 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는 목화는 자기 역할을 중개인이라고 정의했다. 나무와 사람 사이의 중개. 나무가 사람을 살리려고 해도 목화 없이는 살릴 수 없다는 점이 중요했다. 목화는 자기 몫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건조하고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고통이었다 - < 단 한 사람, 최진영 > 중에서
목화는 액자 속의 글귀를 곱씹었다. 그분은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언젠가 목화는 임천자의 혼잣말을 들었다. 신을 찾는 사람은 자기 속부터 들여다봐야 해. 거기 짐승이 있는지, 연꽃이 있는지. 언젠가 목화는 장미수의 혼잣말을 들었다. 기도로 구할 수 있는 건 감사하다는 말뿐이지. 나머지는 다 인간 몫이야. - < 단 한 사람, 최진영 > 중에서
임천자의 단 한 명은 기적.
장미수의 단 한 명은 겨우.
신목화의 단 한 명은, 단 한 사람.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 < 단 한 사람, 최진영 > 중에서
3.느낀점
최진영작가는 '구의증명', '당신곁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등의 책을 통해 알게되었는데 그 특유의 어둡지만 현실적인 필체가 마음에 들었다.
반면 '단 한사람'은 어두운 분위기는 여전했지만 현실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안에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능력은 한정적이다. 이상적으로는 모든 사람을 돕고 모든 사람을 살리고 싶겠지만 실제로는 단 한사람만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이다.
재난이 일어나면 어떤이들은 왜 그것밖에 못살렸느냐고 원망한다. 반대로 또 어떤이들은 그래도 살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목화 역시 단 한사람만 살릴 수 있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거부하고 반항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 한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에 집중한다.
예전에 마더 테레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나는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한 사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나는 4만 2천 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 물과 같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바다는 그 한 방울만큼 줄어들 것이다.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가족에게도, 당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한 번에 한 사람씩
어쩌면 이 시대는 모든 사람을 구원할 영웅이 아니라 내주변의 한사람을 품을 수 있는 단 한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너무 심오하게 이야기를 끌고가서 잘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다 읽고 나면 여운이 남는 좋은 책이었다.
